개요

<동물학대의 사회학Understanding Animal Abuse: A Sociological Analysis>은 동물학대 및 관련 문제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입니다. 저자인 클리프튼 P. 플린Clifton P. Flynn은 가족사회학자입니다.

서문

서문에서는 본인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간략히 설명합니다. 배우자에게서 <육식의 성정치>를 선물받아 읽고 동물학대와 여성학대 사이의 상호 연결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본인의 전공인 가족사회학과 동물학대 문제를 합쳐서 생각해볼게 되었고, 그 결과 가정폭력과 동물학대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었다고 해요.

제1장. 동물학대 연구의 중요성

동물학대를 정의하고 왜 그동안 학계에서 동물에 대한 폭력이 무시되어 왔는지 살펴봅니다. 그리고 왜 연구자, 법률가, 정신의학자, 정책결정자 및 사회 전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하는지 설명합니다.

저자는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잔혹행위에 집중하기 위해 일단은 Ascione의 정의를 소개합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동물학대란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통증, 고통, 괴로움, 죽음을 유발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를 말해요. 하지만 이 정의에 따르면 공장식 축산, 동물 실험, 사냥 등은 학대의 범주에 속하지 않게 된다는 문제가 있어요. (5장과 6장에서 좀 더 확장된 정의를 소개합니다)

동물학대가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Arluke and Luke (1997)에서는 이렇게 말한다고 해요:

  1. 인간에 비해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
  2. 다른 이슈들이 연구 주제로 먼저 다뤄지며 동물에 대한 연구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림
  3. 동물학대 사례중 극히 일부만 보도되기 때문에 대중은 학대 사례가 적다고 오인하는 경향이 있음
  4. 동물학대를 개인의 일탈로 여길 뿐 사회 및 구조 문제로 보지 않음

저자는 위 네 가지에 더하여 두 가지 원인을 추가로 제시합니다:

  1. 사냥, 낚시, 육식 등 기존 사회의 문화가 동물에 대한 폭력에 지나치게 관대함
  2. 동물과 인간 유아는 체계적 차별과 착취에 대하여 스스로를 대변하여 발언할 수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물학대에 주목해야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동물학대는 심각한 반사회행동이므로 이를 통해 문제가 있는 아동이나 가족을 발견할 수 있음
  2. 동물학대는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남
  3. 동물학대행위는 다른 정신 질환의 증상인 경우가 많음
  4. 동물학대는 가정폭력과 관련이 깊음
  5. 동물학대는 대인간폭력과 관련이 깊음
  6. 학대를 당하는 동물의 수가 엄청나게 많음
  7. 동물학대의 종결은 모든 종류의 폭력을 철폐하기 위한 중요한 진전임

위에서 열거한 일곱가지 이유 중 다섯가지가 동물 자체에 대한 고려라기 보다는, 동물학대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라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자가 동물 자체보다는 인간에게 더 관심이 많은 것인가 싶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5장 이후부터는 마지막 장인 7장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인간에 대한 고려와 무관하게 동물 학대가 그 자체로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제2장. 동물학대의 이해를 위한 사회학적 접근

가정폭력에 대한 초기 연구는 개인에게 지나치게 집중했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접근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1. 프로파일에 맞는 극단적 사례 위주로만 연구하게 되어 많은 종류의 가정폭력을 놓치게 됨
  2. 순환논증의 성격이 있음 (“배우자를 왜 때리나?” / “미쳤으니까.” / “미쳤는지 어떻게 알지?” / “배우자 때리잖아”) (미쳤다crazy는 표현는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3. 개인에만 집중한 프로파일링으로는 학대자와 비학대자를 구분하기 어려웠음

동물학대에 대한 연구도 초기에 이와 유사한 단계를 거쳤다고 합니다. 즉 학대자 개인에게 지나치게 집중한거죠. 저자는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동물학대를 더 잘 이해하려면 사회적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첫번째 변수는 젠더입니다. 젠더는 동물학대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해요. 가해자의 절대 다수는 국적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남성입니다. 유일한 예외는 호더인데, 애니멀 호더의 3/4은 여성이고 일반적으로 중년 혹은 그 이상이며, 대체로 싱글이고, 남편과 사별 혹은 이혼했고, 결과적으로 종종 일인가구인 경향이 있다고 해요(Patronek, 1996, 2008). 학대자 절대다수가 남성인 이유는 남성의 사회화와 사회적 우위에 따른 영향, 그리고 피억압자인 여성이 다른 피억압집단인 동물에 대한 억업에 더 민감하게 교감하는 점 등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책에서 언급하지는 않고 있으나, 사이먼 배런-코헨의 자폐 연구에 의하면 일부 생물학적 요인으로 남성이 여성에 비해 공감능력이 낮은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과도 어쩌면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두번째 변수는 연령대입니다. 다른 모든 범죄적 행동과 유사하게, 늦은 청소년기에 이른 성인기 사이에서 동물에 대한 가해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해요.

다음은 사회경제적 지위 변수입니다. 전계층에 걸쳐 가해 행위가 발견되지만 특히 지위가 낮은 계층에서 더 잦은 편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아동기 사회화 변수. 가정폭력을 경험한 아이가 동물학대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고, 또래집단 내에서 동물학대를 목격한 경우 이를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성인기의 동물학대는 주로 혼자하는 한편, 아동기의 동물학대는 또래집단이 보는 앞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섯번째는 권력 및 불평등. 가해자는 대체로 자신보다 작고 약한 동물을 학대하며, 자신에게 위해를 가했다는 이유보다는 학대하기 쉽다는 이유로 학대합니다. 동물은 종종 도덕적 고려moral consideration의 대상이 아닌 것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다음은 사회구조 관련 요인인데 크게 가족구성과 형법체계에 대해 언급해요. 먼저 가족구성. 가정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특히 그 스트레스의 원인이 동거 동물이면 동거 동물 및 구성원에 대한 폭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다음은 형법체계 관련. 동물학대 방지 법제화 및 집행의 난점들이 있는데, 시민들의 동물에 대한 양가 감정, 동물학대의 정의가 어려운 점, 동물 학대가 경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 점 등을 꼽고 있습니다.

여섯번째는 사회화 및 규범. 인간들의 동물에 대한 모순적 태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권을 어느정도 옹호하면서도 동시에 육식을 선호하는 식습관을 고수하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육식은 동물에 대한 가장 가혹한 학대 행위 중 하나인 공장식 축산을 유지시키는 식습관이고 육식이 존재하는한 공장식 축산은 사라지가 어렵다고 합니다. 서양의 전통적 철학 및 종교가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도 문제라고 말하고 있어요.

저자는 서구 전통이 동물에 대한 공리주의 관점을 강화했다고 비판하면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참고 문헌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입니다. 공리주의 아버지인 벤담은 ‘인간의 정복’을 인간의 동물에 대한 폭정으로 규정한 최초의 철학자이고, 싱어도 역시 공리주의 관점에서 동물에 대한 동등한 고려를 옹호하고 서구 전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싱어가 <동물 해방>에서 서구의 전통을 비판한 것은 사실이지만(5장), “공리주의적 관점”을 강화했다며 비판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싱어는 공리주의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니까요.

제3장. 동물학대와 인간에 대한 폭력 사이의 관련성들

인간에 대한 폭력과 동물학대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해요. 가정폭력의 경우 물리적/성적 학대와 동물학대 사에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있고, 성폭력에 응하지 않거나 성폭력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면 동거 동물을 해칠 것이라는 식의 협박 수단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행한 한 연구(Henry, 2004)에 의하면 어린 시절에 동물학대를 목격한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이가 있습니다. 남성은 성인이 된 후 동물에 대한 유대감이 낮은 편이고, 여성은 유대감이 높은 편이라고 해요. 어쩌면 남성은 학대자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여성은 피해동물에게 감정 이입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직접 학대를 한 아이에 비해 목격한 아이가 더 큰 심적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추측을 합니다. 첫째, 직접 학대를 하는 아이는 이미 그러한 행위의 영향을 덜 받을만한 특성을 가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 스스로의 잔혹한 행동에 대해 사후 정당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목격자의 경우 그 상황을 막을 수 없었던 무력감으로 인해 심리적 부담이 더 커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동물학대와 여성구타 사이의 관련성도 존재합니다. 동거 동물이 있으면서 구타를 당한 여성의 50~75%는 동거 동물 또한 학대 또는 살해당한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인종집단/문화권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요.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정서적으로 동거 동물에 더 의존하는 특성을 보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은 동거 동물이 있는 경우 가정학대를 더 오래 감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떠나면 동거 동물이 배우자에게 학대 당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배우자가 이미 동거 동물을 학대한 전략이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우려가 더 커지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폭력을 더욱 오래 감내합니다.

동물학대는 불링, 각종 청소년 비행, 성인기의 다양한 범죄 행위 등 가정폭력 이외의 다양한 폭력 및 반사회적 행동과 연관성이 있다고 합니다.

제4장. “연결고리”

원래 4장의 제목은 “The Link”라서 직역하면 “연결고리”이지만, 4장 내용에 맞춰 의역하자면 연관관계와 대비되는 의미에서의 “인과관계”라는 뜻입니다.

앞선 장들에서는 동물학대와 인간에 대한 폭력 사이의 연관성만 살펴봤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연결고리” 가설을 살펴볼 것인데, 이 가설에 의하면 (주로) 어린 시절의 동물학대가 성인기의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는 인과관계가 존재합니다.

연결고리 가설을 지지하는 연구나 비판하는 연구 모두 이론적/방법론적 결함이 있어서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하지만 연결고리 가설에 따라 아동기 동물학대와 성인기의 인간에 대한 폭력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건 그게 아니라 상관관계만 있건, 아동기 동물학대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 자체는 자명합니다.

연결고리 가설을 발전시키기 위해 해결할 주요 문제로 세 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1. 동물학대의 구체적/일관적 정의
  2. 대표성 있는 표본에 기반한 연구
  3. 종단연구.

그 밖에도 방법론적으로는 정확히 언제/어떤 형태의 아동기 동물학대가 문제인지 구체화, 윤리적으로는 거짓양성으로 인한 낙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거짓양성으로 인한 낙인 문제란 정확히 말하면 두 가지 문제가 결합되어 나타납니다. 첫번째는 거짓양성 문제. 어린 시절에 동물학대를 했다고 반드시 성인기에 인간을 대상으로 흉악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닙니다. 두번째는 낙인 문제. 동물학대를 한 아동을 악마화하는 문제를 말합니다.

낙인 문제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거짓양성이 윤리적 문제가 되는 이유는 동물학대를 한 아동을 미래의 흉악범으로 낙인찍고 처벌하려는 경향에서 기인하는데, 낙인찍고 처벌하는 방향으로 접근할게 아니라 이들을 도와주고 자존감 및 자기확신을 높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5장. 동물학대를 설명하는 이론적 관점들

5장에서는 동물학대를 설명하는 네 가지 이론적 접근을 소개해요. 1) 페미니즘 관점feminist theories, 2) 기호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 3) 페미니즘적 상호작용론a feminist-interactionist explanation, 4) 애그뉴의 사회심리학 이론Agnew’s social-psychological theory에 기반한 접근.

페미니즘

페미니즘 이론적 접근에 따르면 동물학대는 여성, 아이 등 타자others에 대한 남성 지배 구조의 일부입니다. 가부장제 사회는 지배적 남성이 타자를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폭력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러한 구도 하에서 동물이나 연약한 남성은 여성화feminized된 것으로 간주합니다.

Adams(1995)는 남성이 동물학대를 수단으로 여성을 통제하는 아홉가지 전략을 소개합니다:

  1. 자신의 권력을 과시
  2. 여성에게 복종을 가르치기
  3. 여성을 사회적 관계 및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부터 격리
  4. 여성의 독립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
  5. 동물을 학대함으로써 공포감을 조성
  6. 여성이 떠나면 동물을 학대할 것이라고 말해서 떠나지 못하도록 협박
  7. 여성이 떠났다가 돌아오면 이에 대한 처벌로 동물을 학대
  8. 여성이 학대에 동참하길 강요
  9. 자신의 권력을 확인

기호적 상호작용론

기호적 상호작용론symbolic interactionism에 따르면 개인과 타인의 상호작용은 기호와 이에 대한 해석을 통해 매개됩니다. 행위자는 자신이 맡은 역할role에 따라 해석에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의미로 해석되는지 추측하기 위해 상대의 역할을 취해봅니다role-taking.

기호적 상호작용론에 입각하여 동물학대를 해석하는 경우 전통적으로는 다음 두 가지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1. 동물을 학대하는 성인이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정당화account하고 좀 더 수용가능한 형태로 재정의하는지
  2. 동물학대에 다양한 형태로 관련된 이들이 각자의 행동을 어떻게 인식perceive했는지

Sanders (1993, 1999), Alger and Alger (1997, 1999) 등은 전통적 접근에서 벗어난 세번째 접근을 제시하는데요, 이들은 인간 뿐 아니라 동물도 기호적 상호작용의 주체라 주장라고 주장합니다. 저자도 이러한 관점의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저자의 연구에 따르면 구타 당하는 여성 다수는 동거 동물이 동요하고 자신을 보호하려 했으며 구타 후 위안을 주려고 노력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기호적 상호작용론 관점에서는 행위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Sykes and Matza (1957)에서 제안한 무력화 이론neutralization theory를 소개하고 있어요. 이 이론에 따르면 일탈행위자들은 사회 규범을 거부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합리화를 통해 비난을 무력화하는 것입니다:

  1. 피해자 부정하기 (당할만 해서 당했으니 피해자가 아니다)
  2. 책임 부정하기 (우연/실수/피할 수 없는 힘에 의한 것이어서 내 책임이 아니다)
  3. 피해 부정하기 (그건 사실 진짜 피해가 아니다)
  4. 더 높은 충성심에 호소하기 (사회 전체의 규범보다 중요한 나만의 소집단이 있고 나는 그저 그걸 따르는 것일 뿐)
  5. 비판자 비판하기 (날 비판하는 자들이 사실은 더 나쁜 짓을 했었다)

Arluke (2002)에서는 청소년기의 모든 동물학대가 충동적/병리적 원인을 갖는 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무언가를 얻기 위한 도구적/규범적 행동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들의 행위는 더티 플레이이자 어른 흉내내기이며, 이를 통해 어른과 유사한 권력을 얻고 권위에 도전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은 책의 내용만 읽어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Arluke의 저서인 <Just a Dog>을 찾아봤어요. 더티 플레이는 보통의 플레이ordinary play에 대응되는 표현입니다. 보통의 플레이란 아이들이 그냥 평범하게 노는 것을 뜻해요. 더티 플레이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놀이 방식(이를테면 성적인 농담 하기, 폭력적인 말이나 행동 하기, 인종차별적 발언 하기 등)을 말해요. 어른들은 이런 행동이 유아적이고 비성숙하다고 평가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이러한 행동을 깊은 플레이deep play로 인식하고, 자신보다 권위 있는 사람들(어른, 선생님)이 만들어둔 사회 규범에 도전하는 행위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남자 아이들 특유의 강한 척, 막나가는 척, 이런 행동의 극단적인 형태가 동물학대일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페미니즘적 상호작용론

동물학대를 설명하는 세번째 이론적 접근은 앞의 두 관점을 병합한 ‘페미니즘적 상호작용론a feminist-interactionist’ 관점입니다. 전통적 동물학대 연구는 동물 자체가 아니라 인간에 초점을 맞춘 경향이 있으나 이는 부적절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번째 접근은 동물 자체를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입니다.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의 창시자인 Mead는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하고 있었습니다. Mead는 ‘언어-사고-상징적 상호작용’의 연쇄를 상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Sanders (1993,1999,2003), Alger and Alger (1997, 1999), Irvine (2004) 등은 동물도 상징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라 동물을 상징적 상호작용의 주체적 참여자로 간주한다면, 공포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주체인 동물에 대한 학대 자체가 독립적으로 중요한 문제로 떠오릅니다. 이를테면 가정 내 동물학대는 배우자나 아동에 대한 학대를 수반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도 가정폭력의 한 형태인 것이지요.

사회적-심리학적 동물학대 이론

마지막으로 살펴볼 관점은 로버트 애그뉴 (1998)의 사회적-심리학적 동물학대 이론social-psychological theory of animal abuse입니다. 애그뉴 또한 동물학대는 인간과의 관계와 무관하게 도덕적 관심사의 대상이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애그뉴는 동물학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거나, 죽이거나, 기타 복지를 위협하는 데 기여하는 모든 행동

이는 1장에서 임시로 채택한 Ascione의 아래 정의에 비해 훨씬 더 포괄적입니다: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통증, 고통, 괴로움, 죽음을 유발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

애그뉴의 새로운 정의에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공장식 축산, 동물 실험 등이 동물학대에 범주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대체로 가장 권력이 큰 집단에 의해 형성되곤 하는 현재의 사회적 믿음과 독립적으로 동물학대의 범주를 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범죄가 아닌 행위에도 적용 가능해지죠.

애그뉴는 앞선 시대의 연구들, 사회적 학습 이론, 앞에서 소개한 Sykes and Matza (1957)의 무력화 이론 등을 기반으로 하여, 특정 개인이 동물학대를 할 가능성을 높이는 세 가지 초기 요인을 제안합니다:

  1. 학대 행위가 야기할 결과에 무지 혹은 무감각
  2. 학대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믿음
  3. 학대 행위에 따르는 비용에 비해 이익이 크다는 인식

위 초기 요인에 더하여 다음 2차적 요인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1. 개인의 성격 특성 (충동성, 공감 능력, 자기 제어 능력 등)
  2. 사회화
  3. 압박 또는 스트레스
  4. 사회적 제어의 수준level of social control (이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5. 동물의 본성nature

마지막으로, 애그뉴는 젠더, 나이, 인종, 교육 수준, 직업, 거주지역 등 각 개인의 사회적 위치에 따른 구조적 요인 또한 동물학대 행위에 영향을 준다고 말해요. 사회적 위치는 간혹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위에서 열거한 2차적 요인들에 영향을 주는 식으로 간접 작용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애그뉴의 접근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제6장. 정책 및 전문가를 위한 제안 및 미래의 연구 방향

이제 분석을 어느 정도 하였으니 6장에서는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여러 제안을 합니다.

  • 법조/정책입안자에 대한 조언: 동물의 법적 지위가 향상되어야 하고 동물학대 관련 법안/처벌 강화가 필요. 법정에서 가정폭력 사건을 다룰때 동물학대 여부에 더 주목해야하고 특히 가해자가 동물학대도 한 경우 이를 근거로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접근 제한 등의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함.
  • 임상전문의 및 사회복지사에 대한 조언: 채용시 동물학대 관련 평가 문항을 포함할 것. 내담자와 동거 동물 사이의 관계를 상세한 평가할 것. 보호소는 동물보호소와 연계하거나 자체적으로 동물보호 시설을 갖출 것. 임상전문가/상담사는 내담자가 아이인 경우 동물학대 경험에 알아볼 것.
  • 교육자들에 대한 조언: 학교 관계자들은 동물학대와 불링 가해/피해 사이의 관계를 유념할 것.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법을 교육하면 학생 사이의 폭력도 일부 방지 가능. 대학에서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인간-동물 연구 과정이 개설되고 있음.

앞으로의 연구 방향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힙니다.

  1. 다음 문제들을 고려한 개념 정립이 필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학대인가, 심리적 학대도 포함되는가, 의도성이 중요한가, 어떤 종(예: 포유류)을 고려할 것인가, 제도적 학대를 포함할 것인가, 현재의 관습에 부합하는 행위도 학대로 간주할 것인가 등.
  2. 측정 및 표본: 학대에 대한 유효하고 신뢰할 수 있는 측정 기준이 필요. 표준화된 측정 기준은 여러 연구를 상호 비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 또한 가정 폭력에 비견될 수준의 국가 단위의 통계도 필요.
  3. 정성연구: 정량 연구 뿐 아니라 다양한 정성 연구도 중요.
  4. 이론: 동물 학대는 사람에 대한 폭력, 특히 가정 폭력과 관련이 깊음. 따라서 가정 폭력에 대한 연구에서 얻을 점이 많을 것. 그 밖에도 여러 유관 연구를 참고할 필요가 있음. 마지막으로, 동물 학대의 정의를 넓히고(예: Agnew의 정의), 이 관점에서 폭넓은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음.

제7장. 사회학적 상상력을 확장하기

기존 연구가 인간중심적이고 종차별적이었다는 점을 학자들이 점진적으로 깨닫고 있다고 말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애그뉴 등은 이미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난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저자는 사회학이 전통적으로 젠더/인종/계급/나이/성적지향 등 다양한 분야의 차별/억압을 밝혀내는 연구를 해왔다고 말하면서, 이제 그 범위를 동물에게로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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