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공리주의utilitarianism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행동을 옳은 행동으로 여기는 철학적 입장입니다. 최선의 결과란 그 행동으로 인해 영향을 받는 모든 존재들이 겪는 행복을 최대한 키우고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결과를 말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1789년에 출판한 <도덕 및 입법의 원리 입문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을 통해 체계화되었습니다.

공리? utility?

공리주의는 영어로 ‘utilitarianism’인데, 여기에서 ‘utility’는 ‘효용’을 뜻해요.

우리말 ‘공리功利’는 “이로움을 가장 중히 여김”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은데, ‘공공의 이익’을 뜻하는 ‘공리公利’를 잘못 표기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어요. 공리의 ‘리’는 이로움을 뜻하는데 ‘이로움’은 아마도 이익 또는 관심을 뜻하는 ‘interest’의 번역인 것 같습니다. 영어에서는 이익도 interest이고 관심도 interest라서 규범 윤리에서 interest는 보통 두가지 모두를 뜻하는 중의적 단어로 쓰여요.

공리주의에 대한 악마화

공리주의자들은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최선의 결과가 무엇인지에 집중한 덕에, 노예제도/성차별/동성애 범죄화/종차별 등 대다수의 동시대인들이 비판 없이 수용하던 악습들을 시대에 앞서 비판하고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탓에, 공리주의를 우스꽝스럽게 왜곡하거나 악마화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여요.

예를 들면 환자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멀쩡한 사람을 죽이는게 공리주의라는 식의 왜곡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행동이 용인되는 사회는 누구나 갑작스럽게 살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모두에게 극도로 불행한 사회일 것이며 이는 ‘행복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한다’는 방향과 맞지 않습니다.

동물권과 공리주의

현대의 가장 유명한 공리주의자는 아마도 <동물 해방>의 저자인 피터 싱어일텐데, 피터 싱어는 동물권 옹호자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싱어는 ‘동물해방론’을 지지하지만 ‘동물권’을 옹호하지는 않아요. 공리주의자들은 전통적으로 ‘권리’라는 개념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요. 인간의 권리이건 동물의 권리이건 마찬가지입니다.

현대의 몇몇 동물권 단체들은 싱어의 동물해방론이 동물의 복지에만 신경을 쓸 뿐, 공장식 축산의 완전한 폐지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녜요.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운동이 시혜적/온정적인 동물복지론이라는 오해>를 참고해주세요.

관련 자료

  • <공리주의: 짧은 입문서>는 카타르지나 드 라자리-라덱Katarzyna de Lazari-Radek과 피터 싱어Peter Singer가 함께 쓴 입문서입니다.
  • <동물 해방>은 피터 싱어가 공리주의에 입각해서 동물에 대한 종차별적 억압의 실상을 알린 고전입니다. 초판본은 1975년에 나왔어요.
  • 공리주의는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결과주의consequentialism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로, 결과보다는 주어진 의무를 따르는걸 중시하는 입장을 의무론deontology이라고 부릅니다.